전문진료 인터뷰 (2014)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1] 피부질환 전문 `스킨앤이어 동물병원 `

등록 : 2014.09.19 19:32:27   /   수정 : 2015.02.24 16:23:45
이태현 기자 ujuth1028@dailyvet.co.kr

http://www.dailyvet.co.kr/interview/31341

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점차 더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초진환자 기준으로 90~95%의 환자가 피부·귀질환 환자인 ‘피부진료 전문 동물병원, 스킨앤이어 동물병원’입니다.

Q. 어떤 환자들이 주로 병원을 찾는지 궁금하다.

A. 피부, 귀질환을 주증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정확히 계산해 본 적은 없으나 초진환자 기준으로 90~95% 수준인 것 같다. 병원 이름 때문이겠지만 일반진료 환자는 적은 편이다. 나라도 설사하거나 식욕이 떨어진 강아지를 피부 귀질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심장사상충, 백신, 중성화수술과 같은 예방계열의 환자도 적은 편이다. 중성화수술은 1년에 2건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피부, 귀질환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동물병원이다보니 관련 분야에 좀더 세분화된 검사장비와 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알러지검사(피내접종시험), 알러지면역치료, 영상검이경을 이용한 귀시술,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시술 등이다. 대신 엑스레이, 초음파, 안압계 등의 검사장비는 별로 좋지 못하거나 아예 없다. 따라서 심화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은 집근처의 가까운 동물병원 또는 2차 병원으로 의뢰하고 관리 받도록 하는 편이다.

우리 병원에서 모든 장비를 구비할 수 없을뿐더러, 환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전문진료 동물병원의 장점과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분과 동물병원의 장점은 명확하다.

세분화된 진료를 통한 환자의 치료효과 증대와 보호자의 만족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의사의 만족. 검사장비가 집중되고 케이스가 반복되다보니 아무래도 치료프로토콜이 좋아지고 재내원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치료가 어렵던 환자가 다시 건강해져서 보호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일도 수의사로서 보람찬 일인 것 같다.

환자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은 분과 동물병원의 단점이다. 특정과목 진료로만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고 동물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동물병원 업계 분위기상 외과 환자 없이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분과 동물병원이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영적으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의학의 발달과 보호자의 높아진 눈높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분과 동물병원들이 결국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모든 동물병원이 분과 동물병원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든 보호자들이 특화된 진료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방의학 및 일반의학을 담당하는 동물병원들과 분과 동물병원들이 일정비율로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여러 음식을 파는 식당과 특정음식 전문점이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Q. 학부생 때부터 분과 동물병원을 목표로 공부를 했나?

학부생 때부터 피부과 특화 동물병원을 꿈꾸고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었다. 구체적인 청사진은 대학원생 무렵부터 가능했던 것 같다.

본과 3학년 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일이 있었다. 운 좋게 기회가 되어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한두 달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공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연수기회를 얻기 전까지 난 제법 좋은 학점을 받았었다. 그에 대해 나름 자부심도 강했고. 그런데 미국 친구들이랑 함께 동물병원 로테이션 과정을 밟다보니 내가 그 친구들보다 임상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꽤나 충격이었다. 내가 그 친구들보다 공부량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을 텐데. 한참 고민하다 깨달은 것은 기존의 내 공부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단순히 학점을 높이기 위한 공부를 해왔던 것이다. 책을 펴면 더 많은 내용과 지식들이 있었는데도 책은 덮고 교수님 강의자료를 달달 외우고 족보만 열심히 공부한 것이었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 원서들을 많이 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피부과는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두 구입했다. 이후 가능하면 원서로 공부하려 했고 교수님 강의자료도 그대로 외우기보다는 원서를 통해 이해하려 노력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기간에도 강의자료를 원서와 조합해서 공부했다. 덕분에 학점은 떨어졌지만 내가 좋아하고 자신있는 과목을 얻었다. 그때의 노력이 지금의 분과 동물병원을 시작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 분과 동물병원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수의사분들께 조언한다면?

내가 뭔가를 조언할 수 있는 위치인지 모르겠다. 나 역시 많이 부족한 사람이며 미래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다만 수의사 인생을 조금 먼저 시작한 입장으로서 학생들 또는 1~2년차의 수의사 선생님들에게는 몇 가지 조언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최신 원서를 기준으로 공부하기를 조언한다. 현재 수의학의 발전속도는 매우 빠르며 5~10년이면 이론이 바뀌고 지식이 바뀐다. 따라서 최근 출간된 원서 또는 가능하다면 논문으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수의학 서적은 그 종류가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출간된지 시간이 제법 흐른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의 수의학 번역서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익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 번역자들의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좋은 번역서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수의사 1~2년차 즈음에 해외 학회에 한번쯤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한국의 수의업계 수준보다 미국이나 유럽의 수의업계 수준이 높다보니 학회의 규모나 분위기도 많이 다른 편이다. 한국의 학회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역사와 좁은 시장규모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조언하는 것은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보라는 것이다. 수의 업계의 특성상 좁은 시야와 인간관계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상을 시작하는 초기에 넓은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Western Veterinary Conference나 North American Veterinary Conference와 같은 일반 학회 또는 North American Veterinary Dermatology Forum이나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Forum과 같은 분과 학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의사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환자들도 건강해지고, 보호자들도 행복해지고, 수의사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의사는 정직하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다. 노력이 중요하다.